매운음식을 먹은 후 항문(똥꼬)이 따가운 이유

친구들 중에 유달리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친구가 있다. 사실 못 먹는 게 아니라 먹는 걸 무서워한다고 표현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그다음 날 화장실에 최소 5~6번은 기본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지만 실제로 변은 조금 나올 뿐이고 더욱 고통스러운 건 그렇게 화장실에 몇 번을 다녀오고 나면 항문이 따가워서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친구와 만날 땐 낚지볶음이나 아구찜과 같은 매운 음식은 항상 제외된다. 그런데 매운 음식을 먹고 난 뒤 똥꼬가 타는 듯이 따가운 이유는 뭘까? 우리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매운맛은 맛이 아닌 통증의 하나이다. 이렇게 매운 감각을 자극하는 성분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고 하는 성분으로 매운 음식의 대부분에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캡사이신은 살균 작용과 염증 치료, 지방을 분해하는 등의 좋은 효과도 있지만, 많이 섭취할 경우엔 부작용도 따르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항문에 느껴지는 작열감이라 할 수 있다. 캡사이신은 'TRPV1'이라는 통증 수용 단백질과 결합하여 열과 땀, 그리고 통증을 유발하며, TRPV1은 혀에서 통증과 열을 제어하는 일종의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이 통증 수용 단백질인 TRPV1은 온도가 약 42도 이상이 될 때 활성화가 되며 신호를 뇌와 척수로 보내 사람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통증 신호를 받은 뇌는 그 해결책으로 엔도르핀을 분비하라는 명령을 하게 된다. 즉, 혀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운 음식에 중독되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작동 방식은 혀뿐만 아니라 항문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소화 과정을 거쳐 소화가 되고 남은 캡사이신이 항문을 통과할 때 혀에 통증을 주는것 처럼 항문에도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항문을 통과하는 캡사이신의 양이 많아 항문의 통증은 더 오래간다.



또한 캡사이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무극성으로 소화기관을 자극해 일부는 대장까지 흡수가 되지 않고 이동하면서 복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갔다 와도 배가 아픈 것이다. 이렇게 복통과 설사를 반복하면 혈변과 함께 치질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매운 음식에 약한 사람이 매운 음식에 대처하는 방법은 뭘까?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몇 일 고생을 하더라도 매운 음식을 더 자주 먹는 것이다. 매운 음식을 더 자주 먹으면 직장의 과민성이 떨어져 캡사이신에 덜 민감하게 된다. 하루에 고추 2.1g에 해당하는 정도의 매운 음식을 약 3주 이상 먹을 경우 이러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