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어컨 설치 시공 알바 후기
시스템에어컨 시공 일을 배울려는 초보자를 위해 잠깐동안 했었던 경험을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방학을 맞이해 알바도 하고 기술도 배워볼 생각으로 구인 광고를 뒤지다 시스템에어컨 설치 보조 알바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게되었다. 주5일 근무에 한 달 월급은 2백만 원. 알바로는 임금이 적지 않고 시간도 괜찮아서 전화를 했더니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있어야 한다면서 교육을 듣고 오라고 한다.
▲ 7만원 짜리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
다음 날 교육기관에 7만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접수해 당일 4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수령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수증을 수령하고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안전화와 작업복을 준비해서 아침 6시 40분까지 무슨무슨 건설현장 몇 번 게이트 앞으로 와서 전화를 달라고 한다. 구인광고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고 되어있는데 왜 6시 40분까지 가야되냐고 물어보니 아침에 모여서 체조를 해야한다고 한다.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7만원을 투자하며 이수증까지 받은 이 상황에서 일단 한 번 부딪혀 보기로 했다. 근처 안전용품 가게에 들러 3만원짜리 안전화를 하나 구입한 다음 다음 날 6시 40분까지 현장에 도착해 전화를 했더니 덩치 좋은 사장님이 트럭을 타고 등장했다.
▲ 에어컨 일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더블캡을 타고 다닌다.
트럭을 타고 이동한 곳은 현장사무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안전화를 착용하니 안전모를 하나 던져주면서 따라오라고 한다. 도착한곳은 안전교육장. 혈압을 체크하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시공사측 안전관리자가 나타나 1시간 정도 교육을 했다.
이렇게 교육이 끝나고 작업을 하러 간 곳은 해당 아파트의 상가 건물이었다. 한 쪽 벽면엔 PVC 파이프와 다양한 사이즈의 배관, 그리고 배관 외부에 감싸는 다양한 보온재들이 보였고, 차에 가서 공구를 좀 가져와야 된다고 해서 따라가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공구들과 여러가지 모양의 사다리를 들고 다시 현장으로 갔다.
▲ 규모가 큰 건설현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사다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맨 처음 한 일은 드레인(물이 빠지는 PVC 파이프)을 걸어야 하는 행거를 지지하는 길다린 쇠막대기(전산볼트)를 불러주는 사이즈대로 줄자로 재서 전산볼트 커터기라는 전동공구로 잘라 끝 부분에 스트롱앙카를 부착하여 천장 벽면에 뚫려있는 구멍에 망치로 때려 고정하는 일이었다.
▲ 드레인(PVC)과 전산볼트
다른건 크게 힘든게 없는데 계속 사다리를 옮겨다니며 올라갔다 내려왔다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난 다음에 한 일은 불러주는 사이즈대로 드레인 파이프를 잘라 보온재를 삽입한 다음 앞에 걸어놓았던 행거에 파이프를 거는 일이었다. 첫째날은 대충 이런 작업을 했고 여기까지는 크게 힘든일은 없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어제와 같이 아침 6시 40분까지 현장사무실로 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체조를 한 다음 현장으로 갔다. 길이가 약 60미터 정도 되는 복도 천장에 냉매용 동관파이프를 까는 일인데 이 동관파이프는 연관(롤 형태로 말려있는 배관)이라 풀면 모양이 이상하게 변한다. 절대로 곧게 펴지지 않는다.
▲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연관 동배관
이걸 현장에서는 선배관 작업이라고 하는데 곧게 펴지지 않는 배관을 최대한 곧게 펴고 구부러져야 할 부분에서는 또 구부려서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배관을 만지다보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하다보니 발바닥은 발바닥대로 고통을 받는다.
▲ 벽에 여러개의 구멍을 뚫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파트 세대를 시공하는 시스템에어컨 팀은 천장이 낮아서 이런 사다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드레인(PVC), 동배관, 전선(전기선 및 통신선)등을 천장에 설치하는 선배관 작업만 두 달 동안 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에어컨은 구경도 못했다. 시스템에어컨 시공은 배관 작업이 전체 공정의 50%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때론 매우 복잡한 형태로 실외기가 있는 장소까지 배관이 꺾여야 한다.
2백만 원을 26일로 나누면 일당은 약 77,000원으로, 일반적인 초보 건설 일용직의 하루 일당이 최소 100,000원 부터 시작하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열정페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현재 최저시급은 8,350원이고 하루 8시간 일을 한다면 하루 일당은 최저 66,800원이다. 시스템에어컨일을 배울려고 한다면 초보의 경우 어딜 가든지 이정도 급여부터 시작하고 3개월 정도 버텨서 조금 일을 할 줄 알면 급여가 약간 올라간다는 점을 염두해두자. (주5일 근무는....그냥 지금생각하면 웃음밖에 안나온다)
정말 자신이 시스템에어컨 일을 배우고 싶다면 아파트 건설 현장에 나가는 일은 피하고 공사기간이 짧은 자그마한 현장을 다니는 업자를 찾아보자. 그렇지 않으면 길게는 1년 넘도록 나처럼 선배관 작업만 하고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는 그 이후에나 볼 수 있을 확률이 높다. 건설현장쪽으로 나가야 한다면 아파트 공용부(상가, 휘트니스센터, 노인정, 관리사무소, 어린이집등)쪽 시공은 피하고 세대 시공팀으로 들어가라. 공용부쪽 일은 해야 할 일도 많고 공구와 연장도 많이 필요하며 아주 복잡하다.
▲ 동배관을 자를 때 사용하는 컷터
두 달 동안의 짧은 경험으로 시스템에어컨 설치 일을 모두 평가할 순 없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면 처음 시작하기엔 어려운 직종이다. 자신이 열정페이 받아가면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즐길 수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자.
궁금한 점은 댓글 달면 정성껏 답변은 해 주겠다.
이상으로 시스템에어컨 시공 두 달 알바의 경험담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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