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통하는 이유



소통(Communication)의 의미

현대 사회는 소통이라는 주제에 대해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소통에 관심은 많지만 정작 소통의 의미는 잘 알지 못하는 듯하다.

소통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Communicare’입니다. 

이 말은 ‘공유한다’ 또는 ‘함께 나눈다’는 뜻입니다. 이 어원에서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는 ‘Community(공동체)’라는 말이 나왔으며, 재산을 함께 나눈다는 뜻의 ‘Communism(공산주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이라는 뜻의 ‘Com- mon sense(상식)’ 등의 말이 나왔습니다. 


현대 사회가 소통에 관심이 많고 소통의 도구도 많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깊은 마음의 나눔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말은 많이 나누는지 몰라도 마음을 나누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던 옛날 우리 사회에서는 말은 많지 않았어도 더 깊은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내 집 앞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며 그들과 무언가를 나누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배고프지 않은 생활의 풍요는 있어도 마음은 여유가 없는 빈곤으로 허덕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부재가 소통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아닌 감정으로 통하는 소통

소통이란 단순히 언어적 전달이 아닌 감정의 나눔이기에 올바른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감정을 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고 서로의 감정을 만져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소통의 모습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알버트 메라비안 교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시각적인 요소가 55퍼센트, 청각적인 요소가 38퍼센트, 말의 내용이 7퍼센트의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언어적인 요소가 93퍼센트 좌우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수단으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토스 (신뢰, Credibility)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적인 측면으로 설득하는 사람의 명성, 신뢰감, 호감을 말합니다. 

파토스 (감정, Emotion)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로서 친밀감, 유머, 연민 등을 말합니다. 

그리고 로고스(논 리, Logic)는 설득의 논리적 근거이며 실증적인 자료를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설득에 미치는 영향력은 화자에 대한 신뢰인 에토스가 60퍼센트, 청자에 대한 감정 자극인 파토스가 30퍼센트 그리고 설득의 논리인 로고스가 1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도 감정적 요소가 90퍼센트를 차지하였고 논리적(언어적)인 것은 단 1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메라비안 법칙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듯이 소통은 논리적(언어적)요인보다는 감정적 요인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이 메마른, 감정 상하는 소통

소통에서 감정의 중요함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생활에서 보면 대화에서 감정적 요인은 배제하고 논리적 요인만을 강조하기에 감정이 메마른, 감정 상하는 대화가 되는 것입니다. 듣고 보면 다 맞는 말인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말이 있고, 논리적으로는 분명 틀린 말인데 마음을 움직이는 말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소통은 논리적으로 맞느냐, 틀리냐 이전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최고의 명차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많은 강의를 하는 강사중 한 사람은 강의나 상담 중에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우리 남편 하고는 말 이 안 통해요.” 또는 “우리 아이 하고는 말이 안 통해요.”, “우리 직장 상사 하고는 말이 안 통해요.” 등등.

다문화 가정도 아닌 한국 사람끼리 결혼했는데, 또 아이를 낳아 키웠는데, 같은 말을 쓰는 직장 상사인데, 말이 안 통한다고 합니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안 통하는 것입니다.

위의 설명과 같이 서로의 감정적 요인을 무시한 채 논리적(언어적) 수단으로만 대화하므로 의사소통이 안 되고 마음이 상하는 것입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기술을 습득하기 이전에 먼저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의 옳고 그름 이전에 이 말이 저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들릴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것이 서로 말이 통하는 비결입니다. 

지금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말을 듣고 상대방이 어떤 마음일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분명 말이 잘 통하는 관계가 될 것입니다.